한인 아동의 정서 및 사회성발달의 중요성 II

전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학령기와 사춘기에 나타날 수 있는 정서나 행동의 문제를 최대한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이 우리 아이들은 미국 사회에서 눈에 띄는 소수민족으로 대부분이 이곳 언어와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첫 세대 이민자 부모 밑에서 자라고 있으므로 정신건강 측면에서는 이미 고위험집단 (high risk group)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인식과 적절한 양육을 통해 우리 자녀들이 긍정적이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나서 미주류사회에서
잘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다.

여기서는 학령기로 들어서기 전인 영아기(0-1세), 유아기 (1-3세), 학령전기 (3-5세) 아동들을 중심으로 각 발달단계에서 부모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몇 가지 중요한 개념들을 알아보았으면 한다. 사실 이런 노력은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옳은데 이는 엄마의 정서상태가 태아의 뇌 신경계통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주는 것이 현대 신경과학으로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임상에서 집중력이 부족하고 감정이나 충동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의 부모를 면담하다 보면 아이를 임신하였을 때 낯선 이민생활의 적응에서 오는 어려움, 아니면 부부간의 갈등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엄마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했었음을 호소하는 것을 흔히 대하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안정된 정서와 사회성 발달의 초석을 위해 중요한 것은 태어나면서 시작되는 엄마와의 ‘애착관계’라고 말한 수 있다. 이는 후에 아이가 다른 사람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으며 사회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는 데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기를 돌본다는 것은 단지 모유나 우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 주는 등의 신체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 뿐 만이 아니라, 사랑의 눈 맞춤, 따뜻한 신체접촉을 통한 안정된 교감과 또 적절한 언어 자극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 아기는 이런 과정을 통해 타인에 대한 신뢰감이 생기고 세상에 대한 안전함을 느낌으로 자신의 주변을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알아가는 시도를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우리 이민가정의 엄마들에 있어 경제적 정착 등의 이유로 바깥일을 해야 되다 보면 이럴만한 충분한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게 현실일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엄마의 부재 시 그 역할을 최대한 대체해 줄 수 있는 어른과 또한 이런 부담을 나누고 도와주는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

안정된 애착관계 형성단계인 영아기를 지나 유아기로 넘어오면서는 자기절제력과 언어의 발달을 키워주는 것이 큰 관건이 된다. 이 시기 엄마에게는 사랑의 인내심이 무척 필요한 데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좌충우돌하는 아이들에게 넉넉히 배울 기회를 주는 동시에 서두르지 않는 부드러운 단호함을 가지고 받아들여 질 수 있는 행동과 그렇지 못한 행동을 구분하여 줌으로 일찍부터 자기 절제력을 키울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런 절제력이 나중에 충동조절과 감정조절을 잘 할 수 있는 기초가 되며 궁극적으로 학교생활을 원만히 할 수 있게 하는 집중력 발달과도 연결이 된다. 또한 이시기에는 언어가 잘 발달될 수 있도록 충분한 자극과 기회가 주어져야 되는데 이는 자신을 말로 잘 표현할 수 있는 아이에 있어 남과 감정교류를 통한 친밀감을 쉽게 만들어 나아갈 수 있을 뿐더러 자신의 의사를 남에게 전달하지 못함으로 생길 수 있는 좌절과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게 되는 것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에 있어 말을 배우는 것이 한국에서와 같이 자연스러운 일만이 아닌 것은 한국말과 영어 두 언어의 동시노출과 주류사회와의 문화적 고립 등으로 언어습득에 있어서 좋은 환경을 갖지 못함이다. 그러므로 더욱 더 부모의 특별한 관심과 노력이 요구되는 바 이다.

학령전기로 들어오면서는 곧 시작될 학교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남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사회성과 자기 표현력이 발달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남과 협동하며 호감을 줄 수 있는 사회적 매너를 키워주고 또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표현함으로 친구와 생길 수 있는 갈등을 말로 풀어나가는 기술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타인에게 잘 받아들여질 때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자아상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시기에는 이곳 현실이 바깥만 나가도 친구를 찾을 수 있는 한국과 같지 않음을 부모가 이해하고 아이가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 놀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자기 표현력 발달의 기회를 주기 위해 평소에 눈을 맞추며 아이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해주는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

이와 같은 점들을 유념하고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아이는 행복하고 자긍심이 높은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로 자라게 될 것이고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함과 동시에 이민가정의 역경과 스트레스도 유연하게 헤쳐 나갈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을 갖게 될 것이다 (한국일보 칼럼, 2007년 12월 31일자)

Irene Kim

Leave a Reply 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