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아동의 정서 및 사회성발달의 중요성 I
흔히 ‘특수 교육’하면 발달지연이나 신체장애 아동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필자가 현재 심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특수교육 프로그램은 정서 및 행동장애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것이다. 여기서는 뉴욕주 정신보건국 소속 소아 정신과 팀과 뉴욕시 교육국소속 특수교사들이 한 팀을 이뤄 치료와 교육을 함께 제공하며 낮병원(Day Treatment Program)형태로 운영이 된다. 이 프로그램은 뉴욕시 교육국 산하 특수교육 분과 위원회(Committee on Special Education)의 의뢰를 받아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타인종 아동들이 주를 이루었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 학생들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지켜보며 미국사회에서 자라나는 우리 한인 아동들의 정신 건강 여건을 돌아보게 된다. 지난번 버지니아공대의 조승희군 사건을 계기로 한인 사회 안에서 자각의 소리와 해결방안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시작된 것은 참으로 불행 중 다행한 일이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아이들의 정서나 행동문제가 저절로 나아지리라고 믿는 우리사회의 일반적 통념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하버드(Harvard)대학 산하 한 연구기관의 보고에 따르면, 미국인의 50%이상이 일생 살아가는 동안 한번 이상은 정신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있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많은 경우 소아나 청소년기에 이미 첫 증세를 보이며 성인기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어릴 적 정신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이야기 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로서 어떻게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 하다못해 유전적으로 정신질환의 소인이 있는 경우도 환경을 잘 다루어줄 때 예방, 지연 내지 정도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 발표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환경적 요건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겠다. 하지만 미국에서 외모가 눈에 띄는 소수민족 이민가정의 자녀로 자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자체만으로도 아이들 정신 건강에 큰 저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긍정적인 자아상과 자긍심 형성을 위해서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받아 들여 주느냐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한데 아무리 부모가 집에서 아이에게 사랑을 부어주고 가치를 인정해 준다 하더라도 바깥에서 그런 대접을 받지 못한다면 아이들이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고, 또 타인에 대해 부정적 감정이 생김으로 적절한 사회성 발달에도 문제가 야기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긍정적인 자아상과 자긍심 형성이 안정된 정서발달을 위해서는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일단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자긍심이 높은 아이들은 남들과 잘 어울릴 수 있고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잘 활용할 수 있으며 어려운 환경에 처한다 해도 유연성 있게 문제를 잘 대처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미국에서 자라야 하는 주어진 환경을 바꿔 줄 수는 없으나 더욱 더 부모의 큰 노력과 세심한 배려로 안정되고 건전한 가정환경을 만들어 주고 적절한 양육방법을 통해 아이들의 정서와 심리발달을 최대한도로 이끌어 주어야 하겠다. 이런 노력은 영 유아기부터 시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는 데, 이번 글의 요지는 바로 이런 관점을 잘 이해하는 부모가 바른 방법으로 아이를 키움으로, 시행착오를 줄이고 아이들이 어떤 문제도 잘 대응해 나갈 수 있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행복하고 자긍심 있는 성인으로 자라나 미국사회에 잘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건전한 시민으로 살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에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정서 및 사회성 발달을 위해 문제가 될 수 있는 한인사회 여건과 그 해결책, 또 부모가 알아야 할 미국 문화에 맞는 자녀 훈육법을 영아기(0-1세), 유아기 (1-3세), 학령전기 (3-5세) 등의 발달단계로 나누어 좀 더 상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이는 또한 학령기와 사춘기에 나타날 수 있는 정서나 행동장애를 조기에 예방하기 위해서도 참으로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칼럼, 2007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