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아이들이 선생님으로 부터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하고 부산스럽다는 지적을 받을 때, ‘그 나이에 그럴 수도 있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특히 한인사회에서 어린 남자아이들의 이런 행동을 남자다움의 표현이라 생각하고 문화적으로 관대히 받아주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여러 사람으로 부터 같은 지적을 받게 될 때, 한번쯤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일명 ADHD)는 아닌가 짚고 넘어가는 것이 현명하다. 여아보다는 남아에게서 훨씬 흔한 이 장애는 미국의 통계로 볼 때 3-7%나 되는 많은 학령기 아동에서 발견된다. 보통은 지속적인 집중력과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요구되는 정규 학교생활이 시작되며 점점 문제가 드러나게 된다.
이 ADHD를 가진 아이들은 주의 집중력이 부족하여, 쉽게 산만해지고 어른의 지시를 잘 따르지 못하며 물건이나 해야 될 일을 잘 잊어버리고 부주의한 실수를 자주한다. 이 밖에도 자신을 절제하지 못하여,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며 지나치게 말을 많이하고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는 등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본다. 이 장애는 문제가 되는 주된 증상에 따라 주의력 결핍형(Predominantly Inattentive Type), 과잉 행동형(Predominantly Hyperactive-Impulsive Type)과 혼합형(Combined Type)으로 나뉘어 지고 있다.
이런 특징들로 인해 ADHD를 가진 아이들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잘 발휘하지 못하고 학습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하며, 부모나 교사의 눈에는 말을 안 듣고 게으르며 쉽게 흥미를 잃고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행동하며 머리가 나쁜 것 같이 비춰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어른을 일부러 골탕먹이려는 아이의 의도적 행동이 아니고 뇌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과 뇌의 구조적 이상에서 기인된 신경 생물학적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면 아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현재까지 밝혀진 원인으로는 가족내의 유전적 소인, 임신중 산모의 스트레스 및 흡연, 음주, 약물복용으로 인한 태아의 뇌, 중추 신경계통의 손상과 같은 선천적 원인과, 납중독, 뇌염등으로 인한 뇌의 감염 및 뇌외상등의 후천적 원인, 이외에도 아동학대 및 여러 양육자를 전전한 경우와 같은 환경적 원인등의 이유를 들 수가 있다.
다행히도 이 장애는 70%내지 80%의 경우 약물요법으로 좋은 효과를 봄으로 과잉행동과 주의력 결핍을 조절할 수 있는 데 이에 따라 학습능력도 현저히 개선된다. 또한 더불어 행동요법을 포함한 심리치료를 통해 충동조절 및 나이에 맞는 적절한 사회성을 개발시켜 주며, 한편으로는 부모교육을 통해 ADHD아동을 효과적으로 다루고 실질적으로 돕는 법을 가르쳐 줌으로 가정에서 안정되고 치료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임상에서 일하며 안타까운 때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일반 학급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아이인데도 정신과 치료에 대한 부모의 부정적 선입견으로 인해 치료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아이들을 대할 때이다. 이럴 경우 학교와 교사도 부모가 아이에게 무관심하고 비협조적이라는 인상을 갖게 되며, 때로는 아이의 계속되는 문제행동으로 인해 특수 학급으로 보내지는 것을 본다. 조기발견을 통한 조기치료가 더우기 필요한 이유는 주위상황을 판단하지 못하고 돌출적이고 충동적으로 행동함으로 친구들로부터 쉽게 따돌림을 당하고, 선생님으로부터는 끊임없는 질책의 대상이 되므로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지 못하고 자신감 상실 및 심지어는 불안증, 우울증등의 후유증을 낳기도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자기조절이 안되므로 무조건 자기 마음대로 하려 하고 조금만 제 뜻대로 안되어도 쉽게 좌절하고 성질을 부림으로 인해 주위사람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이런 문제가 계속 누적될 때 사춘기로 들어서며 행동장애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히 본다.
항간에는 나이가 들면 저절로 나아진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부산스러운 행동은 가라앉을 수 있으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충동적인 성향과 집중력 결핍은 사춘기, 성인으로 까지 이어져 학업의 실패, 직장생활과 결혼생활을 비롯한 대인관계의 실패, 더 나아가 무절제하고 충동적이며 책임감 없는 행동으로 인한 범법행위의 연루, 또 자가치료의 수단으로 알코올과 불법약물에 의존하는 원인이 되곤한다. 그러므로 요즈음 어른에서의 ADHD가 미국학계와 미디아의 큰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을 보는 데, 이런 사회적 각성으로 인해 최근 뒤늦게서야 치료를 시작하는 어른의 숫자가 늘어가고 있다. 실제로 필자가 클리닉에서 만난 젊은 청년은 마약과 갱에 관련되어 뉴욕 업스테이트의 어느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마친 뒤 뒤늦게 ADHD치료를 받고 있다. 이 청년은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현저한 ADHD증상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이해부족으로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의 자신의 모습이 되었노라 하며 의미 있는 원망 겸 한탄을 하는 것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을 금하지 못했다.
하지만 집중을 못하고 산만하다고 모두가 ADHD는 아닌 데, 이는 아직 어려서 심리적으로 미성숙한 아이가 학교에 적응을 잘 하지 못했다거나, 가정적으로 불안정 하다든가, 또는 이민으로 인한 환경의 변화로 아이가 감당하기에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종종 저변에 깔린 불안, 초조 및 우울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하며 충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의정서와 문화를 잘이해하는 전문가를 찾아 이 둘을 잘 구분함이 중요한 데, 이 둘의 치료의 방침이 다르고 또 잘못 진단시 치료의 효과를 제대로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교육칼럼 2005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