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반항장애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말 안듣는 아이들
요사이 우리 한인 가정에서 자녀가 말을 듣지도 않고 제멋대로 행동한다며 고민하는 부모들을 자주 대하게 된다. 자유방임적으로 보이는 미국문화에서 자녀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또 아동학대가 큰 이슈가 되는 사회이므로 부모로서의 권위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단 여기서 말하는 권위란 자녀의 의사가 무시된 부모중심의 권위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자녀가 부모를 부모로서 존중할 줄 아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 이상적으로 보는 자녀훈육법(Parenting)이란 허용된 선에서 아이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장려하고 한 개체로서 인격을 존중해 주며 장점을 찾아내 칭찬해 주고 아낌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한편 자녀는 가정과 사회의 규칙을 잘 지킬 줄 알며 부모를 존중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키우는 것을 말한다. 물론 자녀의 인격을 모독하는 언행이나 체벌이 없이 교육하는 것이다. 이는 쉬운 듯 하면서도 실천하기는 상당히 어려우므로 소아 정신과학과 심리학 분야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아이의 정신과 치료를 위해 올바른 자녀훈육법은 필수라 해도 과장은 아니다.
임상에서 다루는 어려운 케이스 중의 하나로 적대적 반항장애를 들 수 있다. 이는 아이가 유달리 자기주장이 강하고 반항적이며 더 나아가 자기 마음대로 안될 때 어른에게 대들고 성질을 부리며 정도가 지나쳐 집에서 뿐 아니라 학교에서조차 이런 태도로 인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 아이들은 어른의 말을 들으려 하지도 않고 심지어는 일부러 주위사람의 화를 돋구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항상 남의 탓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은 일찌감치 세살 때부터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나 보통은 여덟살 전후로 시작되어 사춘기 전에 두드러진다. 따라서 사춘기에 자아를 찾아가며 부모에게 대드는 정도의 일시적 반항과는 구분이 될 수가 있다.
통계적으로 많게는 20% 정도의 학령기 아동들에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떤 연구에서는 일반가정에서 보다 부부간의 갈등이 심하거나 엄마가 우울증이 있는 가정에서 이 장애를 가진 아동들이 더 흔하다고 보고했다. 원인을 찾아보면 태어나면서부터 기질(Temperament)이 강한 아이가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떼를 썼을 때 어른의 관심을 끌고 자기 뜻대로 되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이런 유형의 행동이 강화된 결과로 본다. 한편으로 이런 아동을 가진 부모의 많은 경우가 일관성 없는 태도로 때로는 정도 이상의 가혹한 벌을 주면서 아이의 적대적인 성향을 더 심화시키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같은 아이들의 치료법으로 부모가 이런 자녀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잘 다룰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는 것에 많은 비중을 둔다. 이같은 경우 행동요법적 접근방법(Behavioral Approach)이 효과적인데 이는 적절하고 잘한 행동을 찾아내 칭찬해 주고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부모가 평정을 잃지 않으면서 아이의 행동을 무시 이런 태도가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가르쳐 주는 것이다. 이 때 아이를 이해시키기 위해 긴 설명을 하여 잘못된 행동에 관심을 보이거나 반대로 거친 언사나 강압적인 방법으로 아이의 분노를 자아내는 것은 치료적이지 못하다.
때로는 학부모들이 자신들도 다루기 힘든 아이임을 잊고 교사가 자녀에 대해 소수민족이라 편견을 갖기 때문에 자녀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모가 교사와 긴밀한 협조 관계를 갖고 앞에서 언급한 방법으로 가정과 학교에서 일관성 있게 아이를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른 치료법으로 가족치료(family psychotherapy)이 있다. 이는 자녀와 부모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회복되도록 도와 가정에서 아이가 부모의 권위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아이는 심리치료(Individual Psychotherapy)으로 치료자를 통하여 어른과의 긍정적인 관계를 성공적으로 맺어주면서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떼를 쓰거나 부정적인 방법이 아닌 적절한 태도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분노와 충동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상황을 잘 다스릴 수 있게 된다. 이런 능력을 습득함으로써 아이의 자존감(Self-Esteem)이 향상되고 긍정적인 대인관계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했을 때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겪고 긍정적 자아상을 상실하면서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다. 이같은 아이들의 경우 지능에 비해 학업성취도도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가장 심각한 후유증은 사춘기로 진행하며 자신의 충동과 행동을 절제하지 못해 난폭한 행동을 보이거나 심지어는 불법약물 복용 무단가출 학교중퇴 및 범법 행위로 이어지는 행동장애(Conduct Disorder)를 보이기도 한다.
임상에서 이 장애를 다룰 때 또 하나의 문제는 학교의 지시로 클리닉 문까지 오기는 하지만 문제가 없다고 우겨대는 아이를 부모가 감당하지 못하고 치료로 연결되지 못하는 사례가 꽤 있다는 것이다. 이때 알아야 되는 것은 비록 아이가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억지를 부리더라도 부모가 일관되게 애정과 관심을 보이면 자녀가 심리적 안정감을 보이며 치료의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컬럼 2005년 5월4일자).